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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인생의 진리를 찾아서/인문학 책

김훈의 ‘하얼빈’ 책 후기

by ohrosy39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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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하얼빈 책 표지


# 역사소설 하얼빈

김훈 작가님의 역사소설 ’ 하얼빈‘을 읽었다. 나에게 이 책은 마치 한약 같았다. 이 책은 한자어가 많아서 읽기 힘들었지만, ‘국가의 평화‘와 같은 큰 개념부터 한 청년의 청춘’과 같은 작은 개념까지 다루고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아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마치 한약처럼 입에 써서 먹기는 힘들었지만, 여러 약재가 들어 있어서 몸에 좋은 느낌이었다.

 

사진2. 하얼빈 책 읽기(1)


# 안중근 의사와 김훈 작가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 나는 안중근의 ‘대의’ 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 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 ‘작가의 말’에서

 
책을 읽는 동안 안중근 의사와 김훈 작가가 겹쳐보였다. 안중근 의사는 말을 하기 위해서 총을 쐈다. 김훈 작가는 말을 하기 위해서 책을 쓴다. 둘은 시대를 향해 말을 하고자 한다. 그 말이 담백하다. 그리고 힘이 있다.
 

사진3. 하얼빈 책 읽기(2)


#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미조부치 "그대가 말하는 동양 평화란 어떤 의미인가?"
안중근 "동양의 모든 나라가 자주 독립하는 것이다."  218

이토 "일본 제국이 설정하는 평화의 틀 안에서 동양 삼국과 러시아가 조화롭게 온존 할 수 있고, 문명개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일본은 이 틀을 강고히 할 중대한 책임이 있음을 밝히라. 문명은 선진에서 후진으로 흐르는 것이며 평화와 문명개화가 같은 방향임을 말하되, 언사를 숙여서 순하게 하라." 109

 
이 책은 이토 히로부미의 이야기, 안중근의 이야기가 한 장씩 교차로 나온다. 한 장에서는 이토의 상황, 감정,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장에서는 안중근의 상황, 감정,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담백한 문체로 풀어가고 있었고, 그래서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여지를 주는 듯했다.나는 두 인물이 말하는 '평화'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토에게 동양평화는 '부국강병, 문명개화'였다. 안중근에게 동양평화는 '자주독립'이었다.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큰 얘기들은 다 똑같아. 큰 얘기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었다'가 전부야. 큰 이야기를 하면 틀린 말이 없어. 지루하지. 차이는 작은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거든."라는 말이 있다. '부국강병', '자주독립'과 같은 큰 이야기는 틀린 말이 없었고, 잘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작은 이야기로 바꿔서 공감해 보려고 노력해 보았다.
 
나에게 '부국강병, 문명개화'는 마치 부모가 자녀에게 "다 너 좋으라고 이러는 거야.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니 어른인 내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좋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반면에 '자주독립'은 자녀가 부모에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지켜봐 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작은 이야기 속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사진4.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이동 경로

 

# 안중근의 청춘

아이가 젖을 자주 토해서, 김아려의 몸에서 젖 삭은 냄새가 났다. 아이의 몸과 어미의 몸이 섞인 냄새였다. 냄새는 깊고 아득했다. 안중근은 그 냄새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 슬픔은 한 생명의 아비가 되고 어미가 되는 일의 근본인 것 같았다. 27

안중근은 젖내 나는 아이를 안았을 때의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빌렘에게 말하지 못했다. 조선 땅에서 벌어진 외국 군대들끼리의 싸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일본군의 의병 진압으로 날마다 산야에 시체가 쌓여가는데, 그 많은 목숨보다도 젖내 나는 내 자식의 목숨 하나가 유독 안쓰러운 까닭을 안중근은 빌렘에게 묻지 못했다. 32


안중근 의사가 처형될 당시, 그의 나이는 30세였다. 그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처 김아려와 아이 셋이었다. 그는 한 젊은이에 불과했다. 그는 자식을 보며 슬픔을 느끼는 한 아버지에 불과했다. 안중근은 30대의 한 청춘이었다. 그가 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그의 희생이 더욱 와닿아 마음이 아렸다.
 

독서모임 각 회원들의 책들


# 토론 독서모임 선정도서, 하얼빈

우리는 하얼빈 책을 들고 모였다. 각 동네에서 출발하여 한 도서관에 모였다. 누군가는 이 책을 하루 만에 읽었고, 누군가는 나처럼 힘들여 며칠간 읽었다. 우리는 함께, 부당한 '힘의 논리'에 대해 분노하였다. 그리고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안중근의 모습에 감동하였다.
 

# 주요 발제문

- 이 소설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안중근은 무엇을 위해 삶을 살았을까요?
- 안중근이 왜 이토를 어떻게 해서든지 눌러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을까요?
-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들을 기약 없는 먼 곳으로 보낼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 뮈텔 주교는 안중근이 대학교를 설립해 달라는 요청에 반대하고, 안중근은 용서하지 못합니다. 뮈텔 주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빌렘 신부는 안중근의 마지막 고해성사를 들어주기 위해 하얼빈으로 찾아갑니다. 빌렘 신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책 속의 발췌문

두려움은 못 느끼듯이 느끼게 해야만 흠뻑 젖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8

왕권의 지근거리에서 세습되는 복락을 누린 자들일수록 왕조가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갈 때는 새롭게 다가오는 권력에 빌붙으려 한다는 사실을 이토는 점차 알게 되었다. 17

아즈마호는 인정전보다 커 보였다. 쇠로 된 선체가 햇빛에 번쩍거렸고 높이 걸린 욱일기가 펄럭였다. 깃발에서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뻗쳐나가고 있었다. 저것이 물을 건너 다니는 배로구나...... 순종은 숨이 막혔다. 45

그러하되 어떠한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내밀한 죄들은 다들 깊이 지니고 있을 터인데, 그 죄는 마음에 사무치고 몸에 인 박여서 인간은 결코 자신의 죄를 온전히 성찰하거나 고백할 수 없을 것임을 빌렘은 알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떠올라서, 빌렘은 고해성사를 베풀 때마다 하느님께 민망했다. 63

...... 도마야, 악으로 악을 무찌른 자리에는 악이 남는다. 이 말이 너무 어려우냐? 네가 스스로 알게 될 때는 이미 너무 늦을터이므로 나는 그것을 염려한다. 66

여기는 이미 이토의 땅이다. 나는 살아 있기 때문에 살길을 찾아가겠다. 이것은 벌레나 짐승이나 사람이 다 마찬가지다. 이것이 장자의 길이다. 73

그러니, 그렇기 때문에,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는데, 살 하지 않고 말을 한담녀 세상은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들리게 말을 하려면 살 하고 나서 말하는 수밖에 없을 터인데, 말은 혼자서 주절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대고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일진대, 그렇게 살하고 나서 말했다 해서 말하려는 바가 이토의 세상에 들릴 것인지를 알기가 어려웠다. 89

그렇다. 그러나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자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 나는 그 죄악을 제거했다. 221

 

↓ 관련 참고 영상 

https://youtu.be/5lIAxr-UDAs?si=J-IkYQwEZnhad2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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