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수단, 투자재와 소비재
김장섭(조던)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고 명확하다. 때로는 날카롭다. ‘부’와 관련된 개념들의 정의를 내리는 데에도 그렇다. ‘부’와 관련된 개념들 중 생산수단, 투자재와 소비재에 대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먼저 '생산수단'을 점유해야 '부'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다. '생산수단'은 1) 썩지 않는 '불멸성', 2)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내재적 가치'의 특징을 가진다. 농업사회의 생산수단은 토지였다. 당시 생산물은 벼와 밀과 같은 식량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사회의 생산수단은 기업의 주식이다. 지금은 적은 노력으로 커다란 부가가치를 일으키는 '생산성'이 핵심이다. 따라서 '저비용 고생산성 기업의 주식'을 점유해야 부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투자재'를 사야 '부'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다. 투자재와 소비재를 구분해야 한다. 저자는 "남들에게 내 것을 살 것이냐고 물어봐서 사지 않는다고 하면 소비재"라고 말한다. 소비재는 미래가치가 없고, 시간이 지나면 소멸된다. 반면에 투자재는 미래가치가 있고, 사려는 사람에게 이익이 남기 때문에 그것을 산다. 나는 과연 소비를 하고 있는지, 투자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
김장섭(조던) 저자는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 9개와 최상의 시나리오 4개를 소개한다.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 지방 조선 산업의 발달, LNG 허브로의 성장과 관련한 내용이 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최상의 시나리오보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더 납득이 간다. 해외 공장 이전으로 인한 지방의 일자리 소멸, 지식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대기업 본사들은 서울로 집결, 병원과 같은 편의시설이 필요한 노인들은 도심을 선호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재개발, 재건축보다는 신도시 건설을 선호하는 지역 건설사, 새 아파트의 전월세를 선호하는 지역 세입자, 신도시 건설로 지역 활성화를 꾀하려는 지역 정치인들, 이 3박자로 인해 '지방의 오래된 집을 보유한 집주인'은 소외된다고 말한다.
결국 저자는 "최악과 최상의 시나리오에 모두 해당되는 교집합은 어디인가? 바로 서울의 역세권이다. 서울의 역세권은 미래에 어떤 시나리오로 간다고 해도 모두 상승이 가능하며 안전하다.(p213)"라고 말한다.
이 내용들을 읽고 나니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어째 씁쓸해졌다. 그리고 지난 경제 독서 모임에서 한 회원분이 제기하신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질문은 "앞으로 아파트가 안전자산일까?"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아파트가 안전자산일까?, 특히 지방 아파트가 안전자산일까?, 특히 오래된 지방 아파트가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와 궁금증이 생겼다.
집중과 소멸
이 책에서 발견되는 몇 오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든다. 16쪽 차례에서 '최악의 시나리오 5'를 '최악의 시나리오 2'로 표기한 것, 177쪽의 '육체노동'을 '육제노동'이라고 표기한 것, 178쪽의 '지식노동자들이'를 '지식노동자이'라고 표기한 것이 그렇다. 책이 성의 있게 쓰였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다만 이 책의 주요 키워드라 여겨지는 '집중과 소멸'과 관련하여 표면의 이야기보다는 이면의 이야기를, 미시적이고 이론적인 정보보다는 거시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책 속의 발췌문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려는 사람의 이윤 동기로 정해진다. 사려는 사람이 이익이 남아야 그것을 산다는 말이다. 사려는 사람이 이익이 남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p85
소비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남들에게 내 것을 살 것이냐고 물어봐서 사지 않는다고 하면 소비재다. p88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게 되어 있다. 5,000만 명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으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p165
우리나라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경전철은 흑자 구조가 아니다. 지금이 생산가능인구의 절정기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앞으로 베이비붐세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10년 후가 된다면 경전철은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다. 결국 지방은 점점 축소될 것이고 그로 인해 지방의 주변부부터 소멸할 것이다. p168
시장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입장이 아니라 시장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시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장에 호응하자.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재테크 시장에서 백전백패한다. p221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해할 수 없으면 소유할 수 없다.' 이해를 하지 못했기에 떨어지면 불안하고 올라도 얼마 못 벌고 빠져나온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기에 배우지 못했고 그와 비슷한 미래의 상황에도 대처하지 못한다. p226
2023.09.25 - [재테크/경제 도서 읽고 금융문맹 탈출] - 경제 도서 리뷰, 이현철 저자의 책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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