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서모임 후기
3번째 낭독 독서모임을 가졌다. 낭독 독서모임은 묘한 매력이 있다. 책을 읽다가 함께 운다. 책을 읽다가 함께 웃는다. 울다가, 웃다가. 왠지 머쓱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모임에서는 그래도 될 것만 같다. 함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다 보면 공감에 다다른다. "괜찮아, 이런 감정을 느끼고 이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어." 묘한 동료애를 느낀다. 다음 모임 때, 어떤 이야기들이 또 있을지 기대가 된다.
2. 책 후기 <모여 읽는다는 것>
(1) 규칙이 많은 사람
그런데 독서모임을 하면서 '내 생각'들이 분노하는 마음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 있었다. 한 회원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규칙이 많은 사람이 화가 많다고 하잖아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시원해지면서 긴 숨이 터져 나왔다. 나에게는 '반드시, 꼭, 무조건'이 들어간 사고방식이 많았다. 나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능숙하게 해내야 한다고 믿었다. 엄마로서 아무리 지치고 피곤해도 최선을 다해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춰 놀아주고,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아이에게 무조건 집중하면서 반응해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도 중요한 일이 없으면 꼭 일찍 귀가하기를, 육아를 함께하면서 아이는 절대로 울리지 않기를, 말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것을 척척 알아서 해주기를 원했다. -출처: 책 <모여 읽는다는 것> p84
'규칙이 많은 사람이 화가 많다.' 이 말에 회원들의 공감이 모였다. 주로 "엄마인 내가 만든 규칙에, 아이가 어긋나면 화가 났다. 그때는 바른 아이로 키우기 위한 규칙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던 건데. 아이가 크고 나니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규칙이 많은 사람이고 화가 많은 사람이다. 나는 하루에 엄마, 아내, 나의 역할을 균등하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어느 하나의 역할을 소홀히 하였을 때 밀려오는 죄책감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고, 가족을 위해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그 외 집안일을 하고,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 이 모두를 매일 하겠다는 규칙을 세웠더니 힘이 들었다. 힘이 드니 남편이 원망스럽고, 아이가 미워 보였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모두를 매일 하겠다는 규칙 대신에, 하루씩 번갈아가며 하는 방식으로 여유를 두고자 했다. 그리고 실행 중이다. 규칙이 많은 사람 대신, 규칙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 가족에게 감사할 것
'그렇구나, 그것이 엄마의 최선이었구나.' 깨달음으로 마음이 떨려왔다. 그동안 나는 엄마가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엄마가 되어서 어떻게 아이에게 그런 아픔을 줄 수가 있나 원망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라면 참아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제는 그러한 나의 믿음들이 그 시절의 엄마에게 너무 잔인한 기대였음을 알게 되었다. -출처: 책 <모여 읽는다는 것> p94
미안했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남편을 몰아세웠다. 남편의 본모습을 보려 하지 않고 내 기준에서 이상적인 남편이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했다. 남편은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나보다도 두려움이 많고, 지쳐 있고,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한 명의 연약한 사람일 뿐이었다. 완벽한 아내, 남편, 부모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남편에게도 완벽함을 바라면 안 되는 거였다. -출처: 책 <모여 읽는다는 것> p100
'최선' 이 말에 회원들의 공감이 모였다. 엄마, 남편, 자식에게 화를 냈던 경험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화나게 했을지 모르지만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TV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정재승 교수님이 나온 편을 본 적이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에게 가장 많이 화를 냈을까?라는 주제였다. 답변은 엄마, 아빠, 배우자 자녀 등.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많은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뇌에는 나를 인지하는 영역이 있는데, 나와 가까운 관계일수록 나를 인지하는 영역에 가깝게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나와 엄마가 가까운만큼 엄마를 나와 동일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뇌가 한 짓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가족들이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화가 많이 났던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의식적으로 가족 각 구성원이 나와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고, 각자의 인생을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최선'들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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