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토론 모임 선정 도서라서 읽게 되었다. 박상영 저자의 책이 처음이라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고, 휴식과 여행에 대한 에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휴식
이 책은 휴식에 대한 책이다. 휴식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하는 도중에 잠깐 쉼’이다. 휴식의 한자는 쉴 휴, 숨 쉴 식이다. 휴식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독서가 휴식인 사람, 산책이 휴식인 사람, 대자로 바닥에 누워있는 게 휴식인 사람, 잠시 숨을 고르는 게 휴식인 사람, 혼자 머무르는 게 휴식인 사람, 저자처럼 친구와 함께 여행하는 게 휴식인 사람이 있다. 이 책을 통해 휴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었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없다
이 책의 제목은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다. 독자는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기대하며 이 책을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마치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쩌면, 내게 있어 여행은 '휴식'의 동의어나 유의어가 아니라,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또 다른 자극이나 더 큰 고통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환부를 꿰뚫어 통증을 잊게 하는 침구술처럼 일상 한중간을 꿰뚫어, 지리멸렬한 일상도 실은 살 만한 것이라는 걸 체감하게 하는 과정일 수도. 써놓고 보니 (피학의 민족 한국인답게 몹시) 변태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나에게 가까운 진실인 것만 같다.”(p15)
“이런 내가 여행을 통해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즐기기 힘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마음먹었다. 완벽을, 완벽히 폐기하리라고. 지금이 아닌 언젠가,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게 아니라, 그저 작은 빈틈을 찾아보리라고. 단 1퍼센트의 '공백'이 주어지더라도 기꺼이 그것을 그러안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리라고. 휴식이라는 행위에 어떤 완벽을 기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휴식'과는 거리가 먼 개념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p16)
순도 (100-x) 퍼센트의 휴식은 있다
저자는 여행과 휴식에 단 1퍼센트의 공백이 있더라도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완벽한 휴식을 포기하고, 빈틈을 허용하는 마음을 가지겠다고 다짐한다. 그럴 때 비로소 진정한 휴식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누군가는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와 같이 불안과 완벽주의를 갖고 있는 누군가는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 어렵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도 휴식이지만, 공백을 허용한 순도 (100-x) 퍼센트의 휴식도 휴식”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순금도 금이지만, 18k도 금인 것처럼.

사람과 휴식
이 책에는 저자의 여러 여행기가 담겨 있다. 여행지에는 유럽, 가파도, 강원도 등이 있었다. 그런데 여행지보다 저자의 친구들에 대한 내용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저자도 ‘사람’에 더욱 초점을 두고 있고, 친구들만이 자신에게 쉼표가 되어주는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내 일상의 장소들과 내 삶에 연루된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 그들이 내게 주었던 어떤 따뜻함이나, 깨달음에 대해서도. 물음표와 느낌표, 말줄임표만이 가득한 내 삶에서 유일하게 쉼표를 가능하게 해주는 건 나의 친구들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쓸데없는 농담이나 하고 맛있는 음식이나 나눠 먹는 그런 존재들 말이다.”(p293)
자학적 표현
얼마 전 이슬아 저자의 가녀장의 시대라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이지만 주인공의 이름도 슬아인 데다 이야기마저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닮아 있어서 에세이적인 소설이었다. 그 책에는 자기 자랑과 같은 자뻑적 표현들이 있다.
반면에 박상영 저자의 이 에세이 책에는 자학적 표현들이 종종 보인다. “종미와 M 못지않게 깨달음에 호들갑스러운 나는 새삼 모두에게, 심지어는 조하나에게도 조하나 같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나답지 않은 기특한 생각을 했다.”(p288)와 같이 ‘나답지 않은 기특한 생각’이라는 표현들이 그러하다.
체구가 작은 편인 이슬아 저자는 자뻑적 표현으로 자신을 키우고, 체구가 큰 편인 박상영 저자는 자학적 표현으로 자신을 작게 만들어 평균으로 수렴하고자 하는 노력이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 안예은의 '안 일한 하루' 책 리뷰
2025.01.22 - ['책 후기' 인생의 진리를 찾아서/인문학 책] - 안예은의 ‘안 일한 하루’ 책 후기
안예은의 ‘안 일한 하루’ 책 후기
■ 책 소개제목: 안 일한 하루부제: 쉽지 않지만 재미있는 날도 있으니까지은이: 안예은발행일: 2022년 8월 29일주제분류: 방송연예인에세이쪽수: 292쪽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문어의 꿈안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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