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살 것인가_유현준
이 책의 저자는 유현준 건축가이자 대학교수이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이다. 이 부제처럼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보통 돈이 모이면 더 큰 평수로 옮기는 것이 수순이라고 여기는 듯 하다. 그리고 보통 대형건설사가 지은 대단지 고층 아파트를 선호한다. 그런데 저자는 "내가 사는 집이 있는 땅은 타 장소와 다른 색을 가진 세상에 하나뿐인 장소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집은 그만의 고유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각기 다르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그래야 물질 중심적인 건축 가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빌라 사보아 같은 집보다는 낙수장 같은 집들이 많아져야 한다. (p369)"라고 말한다. 이 구절을 인상깊게 읽었고 '물질 중심적인 건축 가치'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가족이 살고 싶은 곳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건축물이 권력과 과시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렇듯 건축에서 가장 확실하게 다른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는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 있는 자리다. 그래서 우리는 권력을 더 가진 사람을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p215)"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권력을 나타내기 위해 높고 거대한 건물을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과시를 위해 거대한 건축물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과시하는 자의 심리를 알아보자. 어떤 사람이 과시를 하는가? 가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불안한 자들이 과시를 한다. (p179)"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불안한 자가 권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와 교도소의 유사성을 일컬으며 학교 건축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내용은 슬프기도 하였다. 저자는 우리 아이들이 9시까지 학교에 등교하는 것은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훈련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우리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체주의적인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이런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기업과 공무원과 대형 쇼핑몰을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학교 건축은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산해 낼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건축의 변화가 시급하다. (p29)"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들이 '획일화'를 통해 평등을 이루려고 하고, 전체주의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라게끔 만든다고 꼬집는 내용들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일련의 내용들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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