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제목: 안 일한 하루
- 부제: 쉽지 않지만 재미있는 날도 있으니까
- 지은이: 안예은
- 발행일: 2022년 8월 29일
- 주제분류: 방송연예인에세이
- 쪽수: 292쪽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문어의 꿈
안예은이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케이팝스타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 안예은이라는 가수를 다시 알게 된 것은 문어의 꿈이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웠는데 ‘문어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다는 것이었다.
‘문어의 꿈’ 노래의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깊은 바닷속은 춥고 어둡고 무섭고 외롭고 우울하다. 그래서 문어는 꿈을 꾼다. 꿈에서는 밤하늘을 날아가면 오색찬란한 문어가 된다.
저자는 이 책의 ‘<문어의 꿈>과 어린이’라는 챕터에서 ’문어의 꿈‘ 노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문어는 현실인 바다에서 벗어나 꿈에서 오색찬란한 문어가 되고 싶었다. 저자는 현실인 ‘작업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하는 것’에서 벗어나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하고 싶었고 그때의 감정을 담아 노래를 만들었다.(p58) 저자는 ‘불순한 출발점에서 탄생한 곡’인데 주 소비층이 어린이라는 생각에 불편한 마음이 든다.
특히 ‘참 우울해’라는 가삿말이 항상 마음에 걸려서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도 비극을 받아들일 줄 알고,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말과 ‘어린이들에게 우울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고민의 답을 찾는다.
어린이들도 비극을 받아들일 줄 안다는 말이 공감이 되었다. 한 지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G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집안의 어른들은 G가 어리다고 생각해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도록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G는 아버지에게 그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던 것, 그때 애도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해 나이가 든 지금도 큰 슬픔을 느끼는 듯했다. 나는 ‘어린이도 비극이든 희극이든 자신의 인생을 충분히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에게 ‘문어의 꿈’ 노래에 나오는 문어는 왜 우울할까?라고 물어보아야겠다. 아마, ‘문어! 맛있겠다!‘라고 답할 것 같지만.
■ 흉터와 흔적
저자의 몸에는 흉터가 많다.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여러 번 수술을 받아서 수술 자국이 있고 아토피로 긁은 흔적이 있다. 몸의 상처들은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했다. 흉터가 흉이 남은 터라는 뜻이라는 부정적인 어원, 치료법을 알려주려는 오지랖 넓은 사람들의 말,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워서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
저자는 흉터가 있는 자신의 몸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싫었다. 그래서 가리고 지우고 숨겨야 한다는 세간의 인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흉터를 내놓고 다니기 시작했다. ‘언니 덕에 흉터가 드러나는 옷을 처음 사봤어요’라는 한 팬의 DM 덕분에 더욱 힘을 얻었다.
나는 한때 얼굴의 여드름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직장 상사는 내 얼굴을 지긋이 보더니 ”얼굴에 뭐라도 좀 해봐라.”라고 말했고, ”지난번에 보니까 피부가 안 좋더라.“며 대학 동기는 다단계 화장품 판매를 하려고 했었다. 내 피부는 뭐라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 존재 또는 화장품 영업 대상이었다. 얼굴은 숨기고 다닐 수 없었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마주 보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의기소침해졌었다. 저자의 나 자신이 부정당한다는 느낌,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저자가 사용한 ‘흔적’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흉터’ 대신 ‘흔적’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주름만큼 직관적인 세월의 흔적을 가득 담은 우리의 몸은 멋지다!”(p144)
■ 쉽지 않지만 가보자
그렇기 때문에 나는 '쉽지 않네. 가보자고'를 외쳐야 한다. 나는 당장 생을 마감할 용기가 없다. 이승에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저승길로 가는 방법은 내가 알기로는 아픈 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게 무섭다. 어쨌거나 겁쟁이다운 이유다. 그러니까 일단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는 없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적극 미화시켜야 한다. p174
저자는 정신과에서 ‘자기혐오와 피해망상에서 파생된 경미한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스스로를 재능 없고 못난 사람이라 생각하고 이승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쉽지 않지만 가보자‘는 신조를 되뇌며 이를 악물고 나아간다. 우울해지면 오타쿠 루틴을 실시하고 자기혐오의 우물에 빠지면 우물 밖을 고찰한다.
나도 ‘자기혐오’처럼 자신에게 과몰입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타쿠 루틴’으로 세상에 과몰입하는 건강한 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개인적인 소감
선명한 색깔의 표지를 보고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책일 거라 생각했다. ‘안~~~~~일한 하루’의 제목을 보고 (물결무늬를 제목에 넣은 책은 처음 보았으므로) 재밌는 책일 거라 생각했다. 기대처럼 밝고 재밌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저자가 겪었던 어려움을 헤아리다 보면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1992년 출생이라 나보다 훨씬 어리지만, 나보다 술도 더 많이 먹었을 것 같고, 나보다 병원도 더 많이 갔을 것 같고, 나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을 것 같고, 그래서 나보다 더 심연에 다녀왔을 것 같은 저자의 이야기가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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