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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평범하디 평범한

시와 그림책으로부터 배우는 육아의 지혜

by ohrosy39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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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지적 참견시점


초보 엄마는 육아가 늘 어렵다

육아에는 '자유'가 없다. 아이는 10초마다 엄마를 부른다. "엄마, 나 봐봐.", "엄마, 같이 놀자.", "엄마, 이거 해줘."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를 불렀을 때의 기쁨은 이미 무색해졌다. 또 '엄마'를 부를까 봐 신경이 곤두선다. 그럴 때 자괴감이 든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나를 부르는 것이 왜 화가 날 일인지. 부족한 엄마 같아서 마음이 힘들어진다.

육아에는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김남길 배우가 이수경 배우의 대표님이자 매니저로 출연한 적이 있다. 그리고 매니저를 해보니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하셨다. 그 말에 공감이 되었다. 엄마는 아이의 매니저와 다름이 없다. 의식주, 라이딩, 놀이 등을 모두 서포트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할 때 보다 아이를 지켜보는 동안 '두 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아이가 아플 때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아이가 유치원 생활이 힘들다고 할 때 차라리 내가 유치원을 갔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는 할만하다

어느 날, 아이가 나의 품에 폭 안겼다. 그러고서 "엄마가 좋아."라고 말했다. 그 포옹 한 번에, 그 말 한마디에 나의 마음은 스르륵 녹고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형용할 수 없었던 그 답을 순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안고 살았던 육아의 힘듦과 아이에 대해 느꼈던 미움이 부끄러워졌다.

행운이가 5살 때 그린 우리 가족

 

시와 그림책으로부터 배우는 육아의 지혜


육아의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나를 다독이는 시와 그림책이 있다. '내 손은 하루 종일 바빴지.'로 시작하는 작자 미상의 시 한 편과 '눈 깜짝할 사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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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책 표지

 

내 손은 하루 종일 바빴지.
그래서 네가 함께 하자고 부탁한 작은 놀이들을
함께 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다.
너와 함께 보낼 시간이 내겐 많지 않았어.

난 네 옷들을 빨아야 했고,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해야 했지.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 할 때마다
난 말했다.
"조금 있다가 하자, 얘야."

밤마다 난 너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네 기도를 들은 다음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걸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지.
난 언제나 좀 더 네 곁에 있고 싶었다.

인생이 짧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기 때문에
한 어린 소년은 너무도 빨리 커버렸지.
그 아인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내게 털어놓지도 않는다.

그림책들은 치워져 있고
이젠 함께 할 놀이들도 없지.
잘 자라는 입맞춤도 없고, 기도를 들을 수도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어제의 세월 속에 묻혀 버렸다.

한때는 늘 바빴던 내 두 손은
이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하루하루가 너무도 길고
시간을 보낼 만한 일도 많지 않지.
다시 그때로 돌아가, 네가 함께 놀아 달라던
그 작은 놀이들을 할 수만 있다면.

작자 미상
앨레스 그레이 제공

-출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엮음

 

그림책 눈 깜짝할 사이
그림책 눈 깜짝할 사이

 

「갈래머리 여자아이」

-출처: 그림책 눈 깜짝할 사이, 호무라 히로시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엄혜숙 옮김

 

이 시와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유한하며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림책 '눈 깜짝할 사이'는 2페이지 만에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할머니가 된다. 나와 우리 아이가 이렇게 쏜살같이 나이를 먹을 것을 생각하니 새삼 이 시간이 소중해졌다. 또 이 '육아'라는 오래 달리기에 끝이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 아이와 함께 하는 스킨십, 아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을 한 번 더 되새기게 만든다. 스스로가 보다 지혜로운 엄마가 되길 바라며 블로그에 그 시와 그림책의 흔적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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