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카페의 강아지들>
얼마 전, 애견 동반 식당 카페에 갔었다.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없다. 다만 강아지를 좋아하는 행운이를 위해 간 것이었다. 다양한 견종의 강아지들을 만나서 신이 났었다. 하나 하나 관찰하였다. 행운이는 펜을 들었고,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푸들, 말티즈, 프렌치 불도그, 슈나우저. 야무지게 견종도 적었다. 테이블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는 강아지들도 그렸다. 그림 속의 강아지들은 웃고 있었다. 행운이 눈에도 즐거워 보였 나보다.
6살 행운이는 5살 행운이만큼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 디지털 매체에 너무 노출된 것은 아닐까? 아이의 상상력이 쇠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행운이는 강아지 카페에서 스스로 종이와 펜을 들었다. 행운이 스스로 감각이 살아나는 순간을 캐치해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의 감각이 살아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부모인 나의 몫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메뉴와 점심 식판>
행운이는 음식에 진심인 아이다. 음식에 호기심이 있고, 대체로 잘 먹기도 한다. 나는 어릴 때 편식이 심했다. 그래서 친정엄마는 행운이를 보면서 신기해한다. 이런 아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먹어? 저것도 먹어? 와, 신기하다.” 엄마의 감탄이 흘러나온다. 음식에 진심인 행운이는, 음식 그림도 진심으로 그린다.
나는 행운이에게 물었다. "오늘 저녁 뭐 해 먹을까?" 그랬더니 행운이가 방에서 뚝딱뚝딱하더니 종이 한 장을 가지고 나왔다. 밥 종류에 대한 그림이었다. 쌀밥, 볶음밥, 옥수수밥, 콩밥, 찰기장밥, 된장 국밥, 흑미밥, 비빔밥. 이 중에서 골라 먹으면 된다고 했다. 엄마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나름대로 해결책을 들고 온 행운이가, 기특했다.
나는 행운이에게 물었다. "오늘 유치원에서 점심 뭐 먹었어?" 그랬더니 행운이가 또 방에서 뚝딱뚝딱하더니 종이 한 장을 가지고 나왔다. 유치원에서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이 담긴 식판 그림이었다. 옥수수밥, 미역국, 오이무침, 두부조림이었다. 엄마에게 그림으로 친절하게 답변을 해준 행운이가,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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