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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반성 '어린이는 시간이 걸릴 뿐이다.'

ohrosy39 2023. 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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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는 행운이

 

■ 엄마의 반성 '어린이는 시간이 걸릴 뿐이다.'
 

우리 집 7살 아이 행운이에게는 흰색 운동화가 있었다. 그 운동화는 벨크로(찍찍이)가 짧았다. 짧은 벨크로 때문에 접착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종종 벨크로가 떨어지곤 했다. 그러면 엄마인 나는 "찍찍이를 좀 더 야무지게 붙여야지.", "신발 좀 빨리 신어라."며 아이를 나무라곤 했다. 최근에 행운이에게 새 운동화가 생겼다. 6가지 색깔을 품고 있는 알록달록한 운동화였다. 이 운동화는 벨크로가 길었다. 그 이후로는 벨크로가 떨어질 일도 없었고, 아이를 나무랄 일도 없었다.

 

사실 그동안 아이와 나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동안 운동화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새 운동화를 산 이후로 내가 아이를 나무란 적이 없다는 점을 알아차렸을 때, 아이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문제점은 아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화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보다 벨크로가 긴 운동화를 사주지 않았던 엄마, 신기 편한 운동화를 사주지 않았던 엄마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라는 세계 책 표지


김소영 작가님의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에 보면 작가님과 현성이의 대화가 나온다. 둘은 '신발 끈을 묶는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작가님은 "어른이 되면서 신발 끈 묶는 일도 차차 쉬워질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현성이가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라고 말한다. 나는 현성이의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에 숙연해졌다. 그렇다. 어른들은 어린이를 '어린이는 지금 할 수 없다, 어린이는 나중에 할 수 있다'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러나 아니었다. '어린이는 지금 할 수 있다, 어린이는 시간이 걸릴 뿐이다'.

 

나도 어린이를 '할 수 없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며, 열등하게 여기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에 행운이에게 '더 야무지게 찍찍이를 붙여라, 신발을 빨리 신어라'라고 강요했을 것이다. 어른들 눈에는 비록 부족해 보이겠지만, 어린이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었을 것이다. 현성이는 말한다. 다만 '어린이는 시간이 걸릴 뿐이다.'라고. 자신의 하루를 '최선을 다해' 놀이로 채워가고 있는 행운이를 좀 더 살펴보고, 좀 더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헤아리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 행운이의 새 운동화를 볼 때마다 나는 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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