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그림, 만들기-뽑기 기계, 팔찌, 반짝반짝 캐치 티니핑 그림
1. 뽑기 기계
6살 아이 행운이가 만든 뽑기 기계다. 행운이는 하원하고 집에 돌아오더니 이 뽑기 기계를 나에게 보여줬다. 그러고 나서 "엄마 한 번 뽑아봐."라고 했다. 뽑았더니 굴곡진 선이 그려진 종이가 나왔다. 나는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행운이가 "엄마가 자주 보는 거."라고 수수께끼를 내었다. 그 대답을 들으니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자주 보는 거라...
행운이가 생각하는 정답은 뽑기만큼이나 의외성과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정답은 '주식 차트'였다. 행운이의 답변에 너무 기가 막히면서도 웃음이 났다. 그랬나? 내가 그렇게 주식 차트를 자주 봤었나? 행운이가 그린 그림의 그래프 색깔이 다른 것은 기분 탓이겠지? 120일선, 60일선 이런 건 아니겠지? 여하튼 우리 아이의 눈을 참 야무지다. 아이 덕분에 웃음이 나는 하루였다.
2. 팔찌
6살 아이 행운이가 만든 팔찌다. 행운이는 하원할 때 유치원을 나서면서 나에게 이 팔찌를 보여줬다. 엄마를 위해서 만든 팔찌라고 했다. 반짝거리는 종이, 반짝거리는 조개. 비록 딱 맞지도 않고 자칫하면 찢어질 것 같지만, 유치원에서 엄마를 생각하며 만들었을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여느 보석 부럽지 않은 팔찌였다. 예쁜 마음, 고맙다.
3. 반짝반짝 캐치 티니핑 그림
6살 아이 행운이는 무엇을 사달라는 말을 잘하지 않는다. 대신 다르게 표현한다. "유치원에 OO이는 캐치 티니핑 물병 가지고 다녀. OO이도 캐치 티니핑 물병 가지고 다녀."라고 말한다. 당시 여름이었던터라 나는 플라스틱 티니핑 물병 보다는 보냉이 되는 스텐 물병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 그렇구나."라고 지나갔었다.
어느 일요일, 행운이가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캐치 티니핑 그림을 그려서 물병에 붙이면 그게 캐치 티니핑 물병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행운이는 그림을 그릴테니 엄마, 아빠는 색칠을 해달라고 했다. 아이의 생각과 노력이 예뻐서 함께 동참해서 '행운이표 캐치 티니핑 물병'을 만들었다. 다음 날 월요일, 의기양양하게 유치원에 물병을 가지고 갔다.
며칠이 지나고, 행운이에게 물었다. "친구들이 행운이 물병 보고 뭐라 그래?" 그랬더니 행운이가 "이상하다고 해."라고 대답했다. 행운이가 그렸으니 행운이 눈에는 영락없는 티니핑 그림이겠지만, 다른 친구들 눈에는 실제 만화의 섬세한 그림체가 아니니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나는 행운이가 열심히 만들었던 것을 알기에 아이가 속상했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에 대해 의기소침해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이 또한 아이가 겪어나가야 할 감정 훈련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한 동안 그림이 없는 물병을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나의 우려와 달리 행운이는 요즘 포켓몬스터 그림을 그려서 마스크 줄에 달고 다닌다. 티니핑에서 포켓몬스터로 종목을 바꾼 듯하다. 그리고 전 보다 섬세하게 그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강한 듯. 마음을 회복해줘서 다행이다.